사진으로 대화하기 스무살 아들과

‘엄마야~~’

이제 다 컸다고 엄마가 나가야 할 시간도 알고 깨워주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마음이 훈훈해질 때쯤…

서울로 가려고요. 오후에 비행기 타고 갔다가 내일 오는데 괜찮아요?”

서울도 동네 친구 집에 가는 것처럼 사전 계획 없이 다니는 아들이 신기해요. 어머니의 허락을 받기 위한 질문이 아닌 것 같은데도 항상 이렇게 말해주니 감사하죠. 좋아하는 취미를 살려서 용돈도 충분히 벌고 있어요.따로 돈을 받지 않고 무작정 비행기 예약까지 하는 아들을 보니 언제 이렇게 컸나 싶어요.

어떤친구집으로갈지,그친구집이어디인지궁금한점투성이지만 되도록질문은안하려고합니다.

어릴 때는 보호를 위해 부모가 알아야 할 일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어른이에요.

00집에 가려고요. 0000에 입사한 친구인데 서울에서 대학교를 다니는 오빠랑 살아서 따로 나왔어. 네. 회사도 아직 교육중이라 5시에 끝난답니다.

처음 가니까 휴지나 사가지고 친구집에서 잘거야?밥도 제가 살 겁니다.

엄마의 노력을 알도록, 묻지 않아도 먼저 알려주는 아들입니다.

잘 다녀오라고 말하고 수업을 들으러 나왔어요. 이제 갈 준비를 하고 있다 싶을 때 걸려온 전화를…

엄마, 속옷, 충전기, 갈아입을 옷, 마스크, 카메라 넣었는데 아무것도 안 빠졌죠? 뭔가 빠진 것 같아 아쉬워요.

커서 이럴 때는 또 아이같아요. 다시 다녀오겠다는 말과 함께 통화가 끝났어요.

이제는 전화가 아닌 사진으로 소통이 시작됩니다.

사진을 찍는 것이 취미인 아들이라 중학생 때부터 어디 갈 때면 직접 찍은 사진을 보내오곤 했습니다.

그런 아들을 보고 어디에 있는지, 건강한지 궁금해서 묻기보다는 사진으로 소통하고 싶다고 했다.

조심해서 다녀오고, 가끔 멋진 풍경들이 있는 사진도 보내주고…”

어디서 뭘 하면 설명하기보다 찍어놓은 사진도 보내기가 편하고 그 사진에 어머니가 무한히 감탄해 주시니 더 좋지 않을까 싶어요.

사진으로 대화하기 스무살 아들과 1

보내온 사진을 보니 서울에 도착한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해외여행을 안 가본 사람이 어디 있냐고 물었는데 그게 바로 접니다.

비행기도 지난 20대 때 서울에 있는 본사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탄 게 전부예요. 이런 엄마가 버스를 타는 것처럼 비행기를 타고 싶은 타지를 쉽게 다니는 아들은 뿌듯하기도 합니다.

자식이 성공을 해서 부자가 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으면서 세상을 배우고 많은 경험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학창시절에는 학점이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유롭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도 취업 때문에 ‘다양함’을 만날 수 없는 세상입니다.

다행히 빨리 그 관문을 통과했기에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살기보다 내 삶을 살았으면 했습니다.

친구들은 저와 여행하는 방법이 다르더라구요.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과 놀고 먹기위한 여행보다는 체험을 위한 시간을 보내서인지 희망코스가 달라서 저는 00에 가보려고 나중에 터미널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몇 달 전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간 아이로부터 전화를 걸어 온 이야기입니다.

저희 집은 차가 없어서 대중 교통을 이용해야 했기 때문에 계획을 세우고 이동할 수 밖에 없었어요.제 다리에 휴식의 개념이 아니라 경험 위주로 여행했는데 그 시간이 아들에게 좋은 추억이 된 것 같아요.

이번 여행에서는 어떤 경험을 할지 궁금하던 차에, 두 번째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사진으로 대화하기 스무살 아들과 2

저녁이 돼서 퇴근 친구들을 만난 것 같아요 감탄사와 함께 사진이 잘 나왔는지 정말 예쁜지 물어보는 걸로 조심을 하고 있다오라는 말 대신 할게요. 갑자기 서울에 갔다는 아들 말에 귀가한 남편이 전화를 걸어서 바로 통화가 끝났어요.

“나중에 다시 전화한대요”

저한테 사진도 보냈는데 왜 전화하셨어요? 친구들과 이야기도 하고 바쁘겠지만… 제 자신은 집착입니다.

흐흐흐”

아, 그렇군요. 아이들이 싫어할까요?”

농담 섞인 말에 남편이 뾰로통해져요.

‘아니 그게 아니라… 멋지게 자립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라서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관심을 다 저한테 쏠리죠.^____^”

잠시 후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를 걸어온 아들이 다른 친구도 만나서 어디로 가고 있는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다 큰 뒤엔 거리를 두고 지켜보려는 저지만 남편은 여전히 걱정스럽고 표현하곤 해요. 그런 남편이 잘못한건 아니에요. 다만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아이들이 불쾌해하거나 오해하지 않도록 이야기해 주고 있습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저는 냉정한 엄마인데 아빠는 여전히 사랑 가득한 따뜻한 사람이라는 비교입니다.

둘째 날 시작을 알리는 사진이 도착했습니다.

사진으로 대화하기 스무살 아들과 3

그리고 며칠 후 지하철 사진과 현대 모터스튜디오와 기아 360에 간다는 메시지가 왔어요 차를 좋아하는 아이여서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예전에 가족과 함께 갔던 곳이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집에 돌아가면 함께 나눌 이야기가 많을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