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가지 열매

도깨비 가지 열매 1

도깨비 가지 열매

억새를 소마의 먹이로 잘라버린 곳!
드넓은 평야가 되어 노루와 꿩이 숨을 곳이 없어 이곳저곳 빠른 걸음으로 돌아다니는 제동목장 옆 초원!
그곳에 목장의 풀들과 함께 우리 땅에 들어와 몰래 숨어 자란 도깨비 가지 꽃이 노란 열매를 맺었다.

주워 찔레 가지에 걸어놓고 그녀의 모습을 여기저기 보면서 감상하고…

사실 처음 이 열매를 보고 이름을 추측할 뿐이었다.

꽝도 아니고 배풍등도 아니고 뭘까? 문득 떠오른 것이 오래 전에 당오름 목장지대를 걸어갈 때 도깨비 가지 꽃이 만발했던 것을 떠올리며 도깨비 가지 열매가 아닐까. 생각해놓고..집에와서 인터넷 검색을 하고 확신한 열매다.

보통 겨울에 산열매를 보면 빨간색이 많은데… 노란색이라서? 아마 제주에 들어와서 제주인들이 즐겨 심는 귤!
겨울에 노랗게 익은 귤 열매를 좋아하는 걸 알고 자기 열매도 노랗게 변한 걸까? 나는 “가지”라는 단어가 들어가서 가지색인줄 알았는데… 확실히 알의 가지도 가지색이 아니라 노란색과 흰색이 있었어. 음, 그렇구나!

원래 노란색이었어. 난 멋진 걸 보면 닮으려는 인간의 마음을 닮은 것 같았나? 생각해봤는데 원래 노란색!
그걸로 끝장내자.

도깨비 가지 열매 2

왼쪽 소록산, 오른쪽 대록산 처마 밑에 시래기가 바삭바삭 춥습니다.

길가에 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말똥

억새 잘린 들판에 귀신 가지 열매가 빙글빙글 예뻐요… 나도 보태 써본다.

쓰다 보면 시인의 시구처럼 겨울 냄새가 나지 않는다.

“추워요 얼어요” 난 그게 없어 그럼 겨울 냄새가 난다면 어떤 단어를 사용해볼까? 흠…겨울편지에서 시인 안도현은 하얀 눈을 뒤집어쓴 매화에도 마른 가지가 부르르 몸을 흔들어요.

눈물납니다.

머지않아 꽃을 피운다는 뜻이겠죠 사랑을 이렇게 늦게 오는거죠

라고 말했다.

여기서 겨울 냄새가 나는 것!
‘덜덜덜덜 몸을 흔들어요’… 맞아.이걸 따서 써보자. ‘부들부들 몸을 흔들어요’를 ‘떨려요’, 조금 더 강하게 표현해 보자.

도깨비 가지 열매 3

억새가 잘린 들판에 도깨비 가지 열매가 출렁거립니다.

고쳐봐도 통통하게 몸을 떨게 하는 건? 아!
있었구나. 눈사람이다 눈사람은 동그랗다 막대기에 빨간 장갑 낀 눈사람!
바람에 장갑이 흔들리다.

그것을 떨게 한다고 하자. 맞아, 통통 떨려요. 도깨비 가지 열매에서 눈사람을 연상해 그렇다고 우겨보자. 많이 엉터리지만…

행복한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