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의 한 보육교사의 죽음을 잊었습니까?”마더스 카페 마녀사냥 ‘비극’ 화성에 재발

“감정적인 여론 형성을 경계해야 합니다…”회원님들, 저는 자정작용이 절실합니다.

”

동탄 지역의 한 맘카페에 아동학대 의심 글이 올라왔다.

© 뉴스1

지난 2018년 10월 경기도 김포시 엄마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이른바 ‘맘카페’의 아동학대 의심 게시물로 인한 참사가 화성에서 재발했다.

화성시 어린이날 저수지에서 숨진 채 발견된 40대 어린이집 원장의 죽음은 2018년 김포시 30대 보육교사 사망 사건과 유사하다.

2018년 10월 김포와 인천 맘카페에서 학대를 의심하는 글이 퍼졌고 쏟아지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던 보육교사는 맘카페에 올라온 지 이틀 만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내가 다 짊어질 테니 여기서 끝났으면 좋겠다.

어린이집과 교사들의 피해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는 “죄송합니다”라는 유서를 남기며 세상과 작별을 고했다.

이후 비판의 화살은 맘카페로 향했고, 맘카페 폐쇄 청원까지 등장했다.

맘카페에 학대 의심 글을 올리고 보육교사의 신상을 유출한 이들이 경찰에 붙잡혀 수사에 나섰다.

맘카페 내부에는 숨진 선생님을 추모하는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마녀사냥식 낙인’에 대한 여론도 형성됐다.

화성 어린이집 원장 선정과 관련한 국민청원 게시물 캡처. © 뉴스1

하지만 2년여 만에 같은 비극이 반복됐다.

한 학부모가 동탄 최대 맘카페에 수사나 재판으로 확인되지 않은 ‘의심’을 근거로 ‘학대당했다’는 글을 올렸고, 수많은 회원들이 비판 댓글을 달았다.

게시물을 올린 사람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름가량 보낸 학부모였다.

부모는 “아이 몸에 긁힌 자국이 있다”며 학대를 의심하기 시작했고, 어린이집을 찾아 CCTV까지 확인했다.

부모들은 CCTV에서 자녀 학대의 정황을 찾을 수 없었다.

다만 어린이집 원장이 선반 위에 올라탄 다른 아이의 다리를 두드리는 영상을 토대로 “발과 다리에 손가락질을 여러 차례 했다”며 학대 의심 글을 올렸다.

이 과정에서 자신이 표현하는 ‘손가락 딱지’의 피해자가 다른 부모의 자녀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

김포 사건처럼 학대 의심 글이 올라온 지 반나절도 안 돼 이 원장이 학대 감독으로 낙인찍혔다.

원장은 글을 올린 학부모를 찾아가 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문밖으로 쫓겨난 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동영상에서 학대를 당했다고 전해진 아이의 실제 부모는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감독은 이미 숨진 뒤였다.

김포 보육교사 사건이 교사 사망 이후 학대로 볼 수 없다는 여론이 제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기능 장애와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결국 피해 보육교사를 찾아가 욕설과 함께 물을 뿌린 원생 이모에게 1심에서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다만 보육교사의 신상정보를 유포하고 인천과 김포의 맘카페에 학대 의심 글을 올린 회원 2명은 무죄로 판단했다.

동탄 사망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손가락을 죽이는 맘카페로부터 보육교직원을 보호하라’는 취지의 청원이 올라왔다.

”

이효수 전 오산대 유아교육학과 외국인 교수는 “맘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 정확한 사실 확인 없이 감정적으로 휩쓸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여론의 과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어 “소비자운동 차원의 감시자 역할이 순기능으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구성원의 자정 노력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